|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졸리다와 졸립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7:25에 SBS 뉴스에서
'프랑스 제 20회 열기구 축제'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수사 앞에 붙어 "그 숫자에 해당하는 차례"를 뜻하는 '제'는 앞가지(접두사)이므로 뒤에 오는 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아마도 이 말을 백 번은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뉴스 자막에 이런 게 나옵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도 덥겠죠?
요즘 아침에 일찍 나오고 저녁에는 늦게 들어가다 보니 낮에 졸릴 때가 잦습니다.
가끔은 점심 먹고 낮잠을 좀 자기는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네요.
흔히 졸리다를 졸립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제저녁에 방송한 우리말 겨루기에서도 어떤 분이 졸립다를 표준말로 선택해서 틀렸습니다.
그러나
"자고 싶은 느낌이 들다."는 뜻의 낱말은 '졸리다'로
졸리어, 졸려, 졸리니 따위로 씁니다.
본디
졸리다는 졸다에 피동접미사 '리'가 붙어 만들어진 낱말이긴 하지만,
지금은 피동의 뜻이 없습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다."는 뜻의 '그리다'를 떠올려 그 그림씨(형용사)인
'그립다'를 떠올리시는 것 같은데,
'그립다'는 있어도 '졸립다'는 없습니다. ^^*
졸리다는 움직씨(동사)이지만,
요즘은 그림씨(형용사)로도 많이 씁니다.
잠을 못 잤으니 졸리는 것은 마땅합니다.(움직씨)
어제도 늦게 들어갔더니 지금도 졸리네요.(움직씨)
졸린 제 표정을 남들이 보면 아마도 웃을 겁니다.(그림씨)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