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틀린 말 몇 개]
안녕하세요.
오늘도 무척 더울 거라고 하네요.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빕니다.
토요일 밤 10:10, KBS1에서 "고참님"이라고 했습니다.
고참은 こさん[고산]이라는 일본말에서 온 낱말로, 국립국어원에서 선임으로 다듬은 말입니다.
일요일 아침 MBC 8:17에 '뱃속'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뱃속이 편안하지 않다, 그 사람 뱃속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처럼 씁니다.
창자가 있는 배의 속은 '배 속'이 맞습니다.
어제 일요일 오전에 늦잠을 자다 고향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다른 고향 친구 한 명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고...
이제 겨우 40대 중반인데, 벌써 심장마비를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애들이 이제 겨우 초등학생과 중학생인데, 그 녀석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았나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받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보니,
우리가 보낸
하루하루를 모두 더하였을 때
그것이 형체 없는 안개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예술 작품에 버금가는 모습으로 형상화되느냐는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에 달려 있다.
라는 글이 있네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지 싶습니다.
그 친구 만나러 영안실로 가는데 마침 CD에서 정태춘의 사망부가라는 노래가 나오더군요.
아래에 붙입니다.
내 친구 기룡이의 명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사망부가(思亡父歌)
정태춘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거친 베옷 입고 누우신 그 바람 모서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바람 거센 갯벌 위로 우뚝 솟은 그 꼭대기
인적 없는 민둥산에 외로워라 무덤 하나
지금은 차가운 바람만 스쳐갈 뿐
아, 향불 내음도 없을
갯벌 향해 뻗으신 손발 시리지 않게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모진 세파 속을 헤치다 이제 잠드신 자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길도 없는 언덕배기에 상포자락 휘날리며
요랑 소리 따라 가며 숨 가쁘던 그 언덕길
지금은 싸늘한 달빛만 내리비칠
아, 작은 비석도 없는
이승에서 못다하신 그 말씀 들으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지친 걸음 이제 여기 와
홀로 쉬시는 자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펄럭이는 만장너머 따라오던
조객들도 먼 길 가던 만가소리
이제 다시 생각할까
지금은 어디서 어둠만 내려올 뿐
아, 석상 하나도 없는
다시 볼 수 없는 분 그 모습 기리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