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1] 우리말) 갖다 -> 열다

조회 수 2964 추천 수 0 2016.04.02 11:58:25

우리말에 '감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음식 맛이 맛깔스러워 당기다."는 뜻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어떤 사람이나 일, 느낌 따위가 눈앞이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감돌다."는 뜻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그리고 벌써 4월 1일이고요. ^^*

박근혜 대통령께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에 가 계십니다.
그곳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언론에 많이 나옵니다.

'갖다'는 영어 have를 그대로 번역한, 너무나 어색한 말입니다.
우리말답게 바꿔서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담을 가졌다, 집회를 가졌다,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회담을 개최했다, 집회를 열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따위로 바꿔 쓰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읽고, 보고, 쓰기 편한 우리말은
우리가 자주 써야 빛이 납니다.
아깝다고(?) 쓰지 않으시면 우리말은 사라집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laon]



안녕하세요.



비가 많이 내리네요.

이제는 좀 그쳐도 좋으련만...



오늘은 며칠전 조카가 보내준 편지를 붙입니다.









삼촌 바쁘신가부당...

제가 바쁘신 삼촌 좀 도와드릴까욤?



며칠전에 외국인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러 갔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BEERLAON"

어랏 LAON? 저건 뭐지? loan을 틀리게 쓴 건가?

외국인 친구에게 물어봤죠.. laon이 무슨 뜻이냐고..

그런데 우습게도 동시에 물어봤습니다.



영어에는 저런 낱말 없다며, 한국사람 바보라고 콩글리쉬 아니냐며 무시하는 그 친구 앞에서 핸드폰에 있는 영어사전 메뉴를 클릭해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런 낱말은 없다는... 후.. 이 민망함이란..

맥주 한 잔씩 시켜놓고 주인장한테 물어봤습니다. laon이 무슨 뜻이냐고...

그랬더니 주인장 말씀이 '라온'은 순우리말로 '즐기다'라는 뜻이라고..



"깜놀" 깜짝 놀랐습니다.

'라온'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와 뜻을 가진 우리말을 왜 굳이 영어로 써서 한국사람도 못 알아보고 외국인도 못 알아보게 썼는지...

'라온'을 'laon'이라고 쓰면 뭐가 달라보이는지... 민망함에 화제를 돌리느라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네요...

내기 했으면 큰~ 일 날 뻔~~



라온~ 참 듣기에도 보기에도 좋은데~

영어로 써 놔서 좀 안타까웠지만 덕분에 좋은 우리말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조카가 이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참으로 부끄럽네요.

우리가 언제부터 영어를 이렇게 좋아하고 받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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