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3] 우리말) 두루뭉술과 빠삭

조회 수 3506 추천 수 0 2016.05.23 14:47:08

.

안녕하세요.

즐거운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두루뭉술하거나 빠삭하거나]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를 흔히 ‘두리뭉실하다’ 또는 ‘두리뭉술하다’고 말할 때가 있는데,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 말들은 ‘두루뭉수리’에서 비롯하였다. ‘두루’라는 말은 “빠짐없이 골고루”라는 뜻이고, ‘뭉수리’는 “모가 나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두루뭉수리’라고 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또렷하지 않은 모양”을 가리킨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수리로 넘기면 안 된다.”처럼 쓰는 말이다. 이 ‘두루뭉수리’를 줄여서 ‘두루뭉술’이라고 하기 때문에, ‘두리뭉실하다’나 ‘두리뭉술하다’가 아니라, ‘두루뭉술하다’고 해야 한다.

이 ‘두루뭉수리’와 비슷한 경우로, 말이나 행동을 적당히 살짝 넘기는 것을 “어물쩡 넘어간다.”고 하는데, 이때에도 ‘어물쩡’은 올바른 말이 아니다. “말이나 행동을 일부러 분명하게 하지 않고 적당히 살짝 넘기는 모양”은 ‘어물쩡’이 아니라 ‘어물쩍’이다. 

어떤 일이든 두루뭉술하게 대처하거나 어물쩍 넘기게 되면, 결국은 그 일에 빠삭한 누군가에게 꼬투리를 잡히게 마련이다. ‘빠삭하다’는 말은 “어떤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거나, 통달한 것”을 가리킬 때 쓰인다. “마른 잎이나 종이를 가볍게 밟을 때 나는 소리”를 ‘바삭 바삭’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보다 센 소리가 ‘빠삭’이다. 그래서 ‘빠삭하다’고 하면, 아주 작은 소리도 알아차릴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는 방송에 빠삭하다.”, “이분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꿰고 있다.”처럼 쓴다. 속어나 사투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말은 표준말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코스모스와 살사리]

안녕하세요.

어제 제 일터 국감이 잘 끝나서 저녁에 동료와 한잔했습니다.
그 바람에 차를 일터에 두고가, 오늘 아침에는 애들과 같이 걸어서 일터에 나왔습니다.
일곱 살짜리 딸은 인라인을 타고,
다섯살짜리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뒤에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
저는 걷고... ^^*

천변을 걷다 보니 1킬로 넘게 코스모스 꽃길이 있네요.
출근길에 본 코스모스가 참 멋있더군요.

작년에던가 코스모스에 대한 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코스모스의 순 우리말은 살사리라고...
코스모스라고 하면 울긋불긋한 꽃만 생각나지만,
살사리꽃이라고 하면 가을바람에 살랑대며 바쁜 눈길을 잡는 멋진 꽃이 생각나지 않으세요?

우리 사전에
코스모스는 있지만 살사리나 살사리꽃은 없습니다.
어떤 사전에 보면 "코스모스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해바라기는 왜 선플라워의 잘못이라고 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선플라워보다는 해바라기가 멋지고,
클로버보다는 토끼풀이 예쁘고, 
코스모스보다는 살사리가 더 곱습니다.

솜다리꽃을 에델바이스라 하고,
붓꽃을 아이리스라 하며,
담쟁이덩굴을 아이비라고 해야 교양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살사리꽃이 사전에서 빠진 것을 두고 가슴 아파 하는 것이 더 멋진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에 본 사랑밭새벽편지에 아래 글이 있네요.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웃어지지 않는 사람이다. 

오늘이 한글날입니다.
오늘도 자주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1.
킬로그램과 킬로미터를 줄여 '킬로'라고 해도 됩니다.
따라서 앞에 쓴 '1킬로 넘게 코스모스 꽃길이 있네요.'가 틀린 게 아닙니다.

2.
한잔 : 간단하게 한 차례 마시는 차나 술 따위.
한 잔 : 한 잔, 두 잔할 때의 한 잔. 딱 한 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0936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15002
2674 [2013/10/28] 우리말) 틀리기 쉬운 높임말 머니북 2013-10-28 423997
2673 [2014/01/10] 우리말) 사물 존대 동영상 머니북 2014-01-10 143699
2672 [2007/02/22] 우리말) 어제 받은 답장 몇 개 [8] id: moneyplan 2007-02-22 99277
2671 [2006/12/19] 우리말) 봇물을 이루다? id: moneyplan 2006-12-19 55517
2670 [2010/01/12] 우리말) 한판과 한 판 id: moneyplan 2010-01-12 51900
2669 [2011/12/15] 우리말) 따 논 당상 --> 떼어 놓은 당상 머니북 2011-12-16 20194
2668 [2011/11/25] 우리말) 십여 명 머니북 2011-11-25 19475
2667 [2008/03/07] 우리말) 발췌, 발취, 발초 id: moneyplan 2008-03-07 18039
2666 [2012/08/08] 우리말) 석패 머니북 2012-08-08 17984
2665 [2011/11/29] 우리말) 재시합과 재경기 머니북 2011-11-29 17663
2664 [2011/12/08] 우리말) 소반다듬이 머니북 2011-12-08 17229
2663 [2011/12/19] 우리말) 종군위안부 머니북 2011-12-19 16997
2662 [2011/11/18] 우리말) 댓글 소개 머니북 2011-11-18 16150
2661 [2006/08/18] 우리말) '당분간'이 아니라 '얼마 동안' id: moneyplan 2006-08-18 16006
2660 [2013/03/06] 우리말) 세꼬시는 뼈째회로 쓰는 게 좋습니다 머니북 2013-03-06 15573
2659 [2012/08/10] 우리말) 도합과 모두 머니북 2012-08-10 15107
2658 [2011/11/24] 우리말) 자주 틀리는 맞춤법 머니북 2011-11-24 14021
2657 [2013/03/06] 우리말) 개그맨, 한글 박사가 되다 방송인 정재환 머니북 2013-03-06 13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