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9] 우리말) 나라지다

조회 수 3119 추천 수 0 2016.06.10 08:43:00

우리말에 '나라지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심신이 피곤하여 나른해지다."는 뜻으로
'사람이 그렇게 나라지면 안 된다.'처럼 씁니다.

점심 잘 드셨나요?

저는 오전에 일 때문에 어떤 분과 좀 다퉜더니 마음이 영 편하지 않네요.
다들 잘해보고자 하는 일이었지만, 작은 오해가 쌓이면 서로 믿지 못하게 되나 봅니다.

마음이 쉬 진정되지도 않고, 밥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에 '나라지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심신이 피곤하여 나른해지다."는 뜻으로
'사람이 그렇게 나라지면 안 된다.'처럼 씁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렇게 풀이가 되어 있지만,
기운이 풀리어 제 몸을 바로 빳빳이 가지지 못하고 나른하여지다는 뜻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딱 그렇거든요.

오후에는
전북대학교 공대에 가서 우리말 바로쓰기 세미나도 해야 하는데,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기운도 풀려서 걱정입니다.
잘 지나가야 할 텐데...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대강 넘기려고...]

안녕하세요.

지난 금요일에 보내드린 '새한마높'을 보시고 아래 댓글을 다신 분이 계십니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sam????@hanmail.net 

우리말 새한마높의 어원을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옛사람들은 동풍=춘풍(春風 봄바람), 서풍=추풍(秋風 가을바람), 남풍=하풍(夏風 여름바람), 북풍=동풍(冬風 겨울바람)으로 인식했습니다.
또,
동풍은 [동이 트다=날이 새다]에서 '새'를 가지고 와서 샛바람이라 합니다.
서풍은 [중국이 있는 방향에서 부는 바람=天風=하늘 바람]로 되어 하늬바람이라 합니다.
남풍은 [우리나라의 집들이 남쪽을 마주 바라다보고 있기에 마주 보이는 곳에서 부는 바람]이라 하여 맞바람=>마파람이 됩니다.
북풍은 [집 뒤에는 대개 산을 등지고 있기에 산 위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의 의미인 높바람이 됩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하늬바람은 좀 찜찜합니다. 

새한마높의 말뿌리를 찾아주신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편지입니다.

요즘 정말 바쁘네요. 지난주에도 편지를 못 쓸 정도로 바빴습니다.
무슨 일이 이렇게 쌓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쁜지를 여기서 말씀드리면 높은 곳에서 꾸중하실 것 같아서...)
그렇다고 명색이 기획실에서 일을 얼렁뚱땅 해치울 수도 없고...

'곰비임비'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어찌씨(부사)로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마치 요즘 저처럼 뭐 하나 끝내고 나면 다른 일이 또 일어나고, 그거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터지고...

일이 많이 쌓여 있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죠?
급한 것부터 골라서 처리해야겠죠?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대강 넘기고...^^*

대강은 큰 대(大) 자와 벼리 강(綱)자를 씁니다.
큰 뼈대라는 뜻이죠. 따라서 대강은 큰 뼈대나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라는 뜻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요지나 줄거리로 다듬어 놨습니다.
나쁜 뜻이 아닙니다.
본디 뜻은 그런데 요즘은 '건성건성'이라는 뜻으로 씁니다.

어디 가서,
"요즘 일이 많아서 기획실의 모든 일을 대강 처리합니다."라고 말하면 남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요?
저는 기본적인 줄거리만 제가 정리하고 나가고,
다른 분들이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것을 두고 한 말인데... ^^*

이번주도 곰비임비 일이 생길 것 같아
저는 모든 일을 대강처리할건데...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73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256
216 [2015/07/20] 우리말) "농업, 일제용어 정리해야 진정한 광복" 머니북 2015-07-20 3150
215 [2015/11/20] 우리말) 엔담 머니북 2015-11-23 3149
214 [2015/01/05] 우리말) ‘어줍다’와 ‘어쭙잖다’ 머니북 2015-01-05 3149
213 [2015/06/22] 우리말) 유월 머니북 2015-06-22 3148
212 [2014/09/03] 우리말) 과자 봉지에 우리글보다 외국어를 더 크게 쓴다고? 머니북 2014-09-03 3148
211 [2010/08/03] 우리말) 미덥다와 구덥다 moneybook 2010-08-03 3146
210 [2009/08/10]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9-08-14 3144
209 [2009/05/22] 우리말) 가리산지리산 id: moneyplan 2009-05-22 3142
208 [2009/03/30] 우리말) 서머하다 id: moneyplan 2009-03-30 3142
207 [2015/12/04] 우리말) 엉터리와 터무니 머니북 2015-12-07 3141
206 [2015/11/05] 우리말) 찜찜하다/찝찝하다 머니북 2015-11-05 3141
205 [2014/01/08] 우리말) 옴짝달싹 머니북 2014-01-08 3141
204 [2016/06/24] 우리말) 골탕 머니북 2016-06-26 3139
203 [2010/07/30] 우리말) 스리와 쓰리 moneybook 2010-07-30 3138
202 [2015/01/13] 우리말) 에라, 잘코사니라 머니북 2015-01-13 3137
201 [2016/04/19] 우리말) 신문 기사를 잇습니다 머니북 2016-04-22 3135
200 [2014/12/11] 우리말) 군드러지다 머니북 2014-12-11 3135
199 [2016/06/20] 우리말) 관청은 알기 쉬운 용어를 써야 한다 머니북 2016-06-21 3134
198 [2014/03/18]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ㄴㄲ하다) 머니북 2014-03-18 3134
197 [2009/07/09] 우리말) 도리기와 도르리 id: moneyplan 2009-07-09 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