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

[늦게 와서 느리게 가는 버스]

가끔 ‘액수가 크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분양가 액수가 너무 크다.”처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액수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 돈의 양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많다, 적다’로 표현해서 “분양가 액수가 너무 많다”로 말해야 한다. 액수가 ‘크다, 작다’로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혼동은 ‘작다’와 ‘적다’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이 사회를 튼튼하게 한다.”는 표어에서, ‘작은 관심’이냐 ‘적은 관심’이냐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흔히 ‘작은 관심’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관심이 작다/크다’가 아니라 ‘관심이 적다/많다’가 바른 표현이기 때문에, ‘적은 관심’이라고 해야 한다. 반면에, 어떤 규모나 중요성을 말할 때에는 ‘작다’가 바른 말이다. 그래서 ‘작은 실수’라 하지 ‘적은 실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 밖에도 “버스가 너무 늦게 간다.”라든가, “엘리베이터 속도가 늦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 잘못이다. 이때에는 “버스가 너무 느리게 간다.”, “엘리베이터 속도가 느려.”와 같이 ‘늦다’를 ‘느리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늦다’는 “버스가 예정보다 늦게 왔다.”, “약속 시간에 늦었다.”처럼 정해진 시각보다 뒤져 있는 상태이고, ‘느리다’는 “배트 돌아가는 속도가 느려요.”처럼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누굴 호구로 아나]



안녕하세요.



일터에 나오다 보니 턱이 덜덜 떨리네요.

많이 춥죠?



아니요.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는 '상당히' 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많이 추운 게 아니라, 무척 춥고, 꽤 춥고, 상당히 추운 겁니다.



요즘 일이 곰비임비 연거푸 일어나는데다, 이것저것 쌓이기까지 하네요.

웬만해서는 일을 겁내는 제가 아닌데, 요즘은 일이 무섭습니다. ^^*



일이 많을 때 저는 일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어쭈! 이게 날 물로 아나. 내가 네까짓 것 못해볼까 봐 이렇게 한꺼번에 덤비냐? 야! 다 덤벼!"



생각이라도 그렇게 하고 나면 속이 좀 풀립니다. ^^*



흔히 자신을 무시한다는 기분을 느꼈을 때 쓰는 말이,

'날 호구로 보냐?'입니다.

오늘은 호구를 알아볼게요.

겹겹이 쌓인 일이 저를 호구로 보지 말라는 뜻으로...



호구는

휴지나 소용없는 물건을 뜻하는 일본말 反故(ほう-ご,[호우고])에서 왔습니다.

이를 예스럽게 ほぐ[호구], ほうぐ[호우구], ほご[호고]라고 합니다.



따라서,

'네가 날 호구로 보냐?'라는 말은

네가 날 휴짓조각으로 보냐?

네가 날 물로 보냐?

날 물렁하게 보냐?... 뭐 이런 뜻이 됩니다.



세상이 제 삶을 물로 보거나 맹물로 볼지는 모르지만,

저를 '호구'로 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국어사전에서 '물'을 찾아보면

"자연계에 강, 호수, 바다, 지하수 따위의 형태로 널리 분포하는 액체"라고 나와 있습니다.

'맹물'을 보면

"아무것도 타지 아니한 물."과 "하는 짓이 야무지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있으므로

네가 날 물로보냐?보다는 네가 날 맹물로 보냐?라고 하는 게 사전에 따르면 맞는 말입니다.

마땅히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아야 할 말이고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97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48
2396 [2016/07/01] 우리말) 감격해하다 머니북 2016-07-06 10515
2395 [2016/06/30] 우리말) 밥사발, 술사발, 국사발, 죽사발 머니북 2016-07-06 5788
2394 [2016/06/29] 우리말) 눈바래다 머니북 2016-06-29 10055
2393 [2016/06/28] 우리말) 회까닥 머니북 2016-06-29 4281
2392 [2016/06/27] 우리말) 백상어의 공포 머니북 2016-06-29 4117
2391 [2016/06/24] 우리말) 골탕 머니북 2016-06-26 4809
2390 [2016/06/23] 우리말) 설거지 시키다 머니북 2016-06-26 7970
2389 [2016/06/22] 우리말) 장마 머니북 2016-06-26 7996
2388 [2016/06/21] 우리말) 꼬리는 말고 꽁지는 빠지고 머니북 2016-06-26 5270
2387 [2016/06/20] 우리말) 관청은 알기 쉬운 용어를 써야 한다 머니북 2016-06-21 4666
2386 [2016/06/17] 우리말) 분식회계 머니북 2016-06-17 4666
2385 [2016/06/16] 우리말) 엽다/가엾다 머니북 2016-06-17 8143
2384 [2016/06/15] 우리말) 머릿속 머니북 2016-06-17 7987
2383 [2016/06/14] 우리말) 몹쓸 머니북 2016-06-15 6930
2382 [2016/06/13] 우리말) 손 없는 날 머니북 2016-06-15 10150
» [2016/06/10] 우리말) 나라지다늦게 와서 느리게 가는 버스 머니북 2016-06-10 6178
2380 [2016/06/09] 우리말) 나라지다 머니북 2016-06-10 4600
2379 [2016/06/08] 우리말) 나달 머니북 2016-06-10 4597
2378 [2016/06/02] 우리말) 바다로 나간 우리말 머니북 2016-06-07 9627
2377 [2016/06/02] 우리말) 닻별? 머니북 2016-06-02 8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