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3] 우리말) 설거지 시키다

조회 수 4344 추천 수 0 2016.06.26 10:29:35

.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영희 님이 보내주신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아래 띄어쓰기 내용은 두 달 전쯤 질문했던 내용입니다. 
당시는 연휴여서 급한 마음에 질문했는데 답변이 없어서 결국 연휴 끝나고 국립국어원에 질문했었습니다. 그런데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써야 한다고 합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질문의 취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다시 질문했는데도 답변이 이해가 안 되어 재차 질문, 그래도 해결이 안 되어 다시 전화하여 궁금증을 해결하였습니다.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고 제가 알게 된 결론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점선 아래 내용에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제 이름 밝히고 공유해도 좋습니다.  
띄어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문제,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 시키다'와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시키다' 어느 것이 맞을까요?  
이 답을 말하기 전에 비슷한 예를 볼까요? ‘교육시키다’, ‘오염시키다’의 경우 '목적어'를 '교육되게 하다' 또는 '오염되게 하다'의 뜻으로 ‘시키다’를 붙여 씁니다. 여기서 '시키다'는 ‘접사’로서 파생어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시키다’는 그 앞에 (직접) 목적어가 와서 대상이 그 행동의 영향을 받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쓰면 ‘그릇을 설거지시키다’처럼 ‘설거지되게 하다’의 뜻이 됩니다. ‘학생을 교육시키다’는 ‘학생이 교육되게 하다’의 뜻이고, ‘강을 오염시키다’는 ‘강이 오염되게 하다’의 뜻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위에서 '설거지시키다'라고 붙이면 '며느리가 설거지되게 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현실 맥락을 보면 며느리가 그릇이 아닌데 설거지되게 할 수는 없고, 더군다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설거지되게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요.  
이렇게 단순히 ‘시키다’를 접사라고만 생각해서 ‘설거지시키다’로 붙여 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며느리가 설거지하게 하다’의 의미로 쓰려면  ‘설거지 시키다’라고 띄어 써야 합니다.  
그래서 위 문제에서 ‘며느리만’이라고 하여 ‘를’인지 ‘에게’인지 불분명하지만, ‘를’이 아니라 ‘에게’가 생략되었다고 보고 ‘못된 시어머니 며느리만 설거지 시키다’ 이렇게 띄어 써야 맞는 말이 될 것입니다.  
위의 ‘시키다’와 ‘-시키다’를 구분하기 위해 두 가지 사례를 비교하다보니 ‘되게 하다’라는 어색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그릇을 설거지시키다’라는 말을 쓸 일은 없겠지요. 그냥 ‘설거지하다’라고 쓸 것입니다.  
‘시키다’를 구분하다 보니,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생각나는 단어가 있습니다. ‘소개시키다’라는 단어인데요. 우리가 보통 ‘소개시켜 줘’라는 말은 틀렸다고 하고 ‘소개해 줘’가 바른 말이라고 하는데, 이건 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를 그 남자(여자)에게 소개시켜 줘’는 내가 상대에게 소개되게 해달라는 뜻이 되니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목적어를 정확하게 써야 하겠지요. ‘나 좀 소개시켜 줘’를 ‘나를 소개시켜 줘’의 의미로 썼다면 맞겠지요. 그러나 ‘나에게 소개시켜 줘’ 하면 어색한 표현이 될 겁니다. 
  정리하면, ‘나를 소개시켜 줘’와 ‘나에게 소개해 줘’ 둘 다 맞는 말이 되겠지요. 그런데 ‘나 좀 소개시켜 줘’라고만 하면 조사가 생략되어 있으니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에게’의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을 테니, ‘소개해 줘’가 맞는 경우가 많기는 하겠지요.  

고맙습니다. 

앞에 쓴 글이 길어,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이지 않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007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605
1996 [2009/02/04] 우리말) 웨하스와 웨이퍼 id: moneyplan 2009-02-04 3213
1995 [2009/02/05] 우리말) 야멸치다와 야멸차다 id: moneyplan 2009-02-05 3623
1994 [2009/02/06] 우리말) 쌈빡하다와 삼박하다 id: moneyplan 2009-02-06 7735
1993 [2009/02/08] 우리말) 월파와 달물결 id: moneyplan 2009-02-09 3674
1992 [2009/02/09] 우리말) 쥐꼬리와 쥐 꼬리 id: moneyplan 2009-02-10 3304
1991 [2009/02/11] 우리말) 두껍다와 얇다 id: moneyplan 2009-02-12 3484
1990 [2009/02/12]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2-12 3028
1989 [2009/02/13] 우리말) 오늘도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2-13 3457
1988 [2009/02/16] 우리말) 나름대로... id: moneyplan 2009-02-16 4048
1987 [2009/02/17] 우리말) 큰 별이 지셨네요 id: moneyplan 2009-02-17 3560
1986 [2009/02/18] 우리말) 바라건대/바라건데 id: moneyplan 2009-02-18 3335
1985 [2009/02/19] 우리말) 오지다 id: moneyplan 2009-02-19 3541
1984 [2009/02/20] 우리말) 계란말이/달걀말이/두루마리 id: moneyplan 2009-02-20 3748
1983 [2009/02/23] 우리말) 모람과 회원 id: moneyplan 2009-02-23 3465
1982 [2009/02/24] 우리말) 먼지잼 id: moneyplan 2009-02-24 3650
1981 [2009/02/25] 우리말) 점심과 식사 id: moneyplan 2009-02-25 3104
1980 [2009/02/26] 우리말) 대로와 데로 id: moneyplan 2009-02-26 3796
1979 [2009/02/27] 우리말) 일자리 나누기와 잡 셰어링 id: moneyplan 2009-02-27 3241
1978 [2009/03/02] 우리말) 스킨십 id: moneyplan 2009-03-03 3611
1977 [2009/03/03] 우리말) 아뭏튼과 아무튼 id: moneyplan 2009-03-03 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