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표현을 다르게 해야 하는 말들이 있다. “드디어 사업이 망했다.”고 말하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드디어’라는 말을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드디어’는 “드디어 사업이 성공했다.”처럼, 긍정적인 말과 함께 써야 하는 부사이다. 사업이 망했을 때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끝내 사업이 망했다.”처럼 말해야 자연스럽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남자가 “드디어 그녀와 헤어졌다.”고 할 때와, “끝내 그녀와 헤어졌다.”라고 할 때는 그 말의 뜻이 완전히 서로 다르게 전달된다. 

똑같이 회사에서 물러나는 일인데도 정년퇴직을 할 때와 명예퇴직을 할 때에 사용하는 동사가 다르다. “정년퇴임을 맞이하다/맞다.”처럼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맞다’를 쓰지만, “명예퇴직을 당하다.”에서 볼 수 있듯이 부정적일 때에는 ‘당하다’를 쓴다. 만일 “정년퇴임을 당하다.”라고 한다든지, “명예퇴직을 맞이하다.”라고 말하면 무척 어색한 느낌이 들 것이다.

또, 자기 이름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에도 부정적일 때와 긍정적인 때는 서로 다른 말로 표현한다. 좋지 않은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면 “남의 구설에 오르다.”라 하고, 좋은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릴 때에는 “그 사람의 선행은 널리 회자되었다.”처럼 표현한다. 가끔 “남의 구설수에 오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바른 말이 아니다. ‘구설수’는 구설에 오를 운수를 뜻하므로 “구설수가 있다.”, “구설수에 시달렸다.”처럼 쓰이는 말이다. 

고맙습니다. ^^*

아래는 2010년에 쓴 우리말 편지입니다.



[희소병]
안녕하세요.

이번 주도 무척 추울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겨울이니까 추운 게 마땅합니다. 겨울 추위 잘 즐기시길 빕니다.

지난 토요일 무한도전이라는 방송에서 '피로회복'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출연자가 그렇게 말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정말 징글징글합니다.
피로는 회복할 게 아니라 없애버릴, 곧, '해소'할 대상입니다.
굳이 회복한다면 그건, 피로가 아니라 원기를 회복해야죠.
피로해소, 원기회복... 이게 그리도 입에 붙이 않나 모르겠습니다.

어제 일요일 저녁(8:45)에 KBS2에서 무슨 퀴즈 프로그램을 하면서 출연자가 '희귀병'이라고 했습니다.
'희귀(稀貴)'는 드물어서 매우 진귀한 것입니다.
'희소(稀少))'는 매우 드물고 적음입니다.

그럼
매우 드물게 나타나며, 치료하기도 어려운 병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희귀병이라고 해야 할까요, 희소병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부분 어린이들에게 걸려 힘들어하는 병을 두고 
희귀병이라고 합니다.
그게 귀한 병입니까? 애들은 힘들어하는데 그게 귀한 거예요?
그건 '희귀병'이 아니라 '희소병'입니다.

별 뜻 없이 만들거나 쓰는 낱말 하나가 여러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팔 수도 있습니다.

'불치병'은 아무리 애써도 치료를 할 수 없어 나을 수 없는 병이고,
'난치병'은 어쨌든 애쓰면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그래서 불임이 아니라 난임이라는 말을 쓰자는 겁니다.
'불임'은 아무리 애써도 애를 낳을 수 없는 것이고,
'난임'은 어렵긴 하지만 애쓰면 애를 낳을 수 있는 겁니다.

희소병과 희귀병은 모두 사전에 오르지 않은 낱말입니다.
사전에 올리면서 낱말 풀이를 제대로 달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83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357
136 [2009/03/31] 우리말) 꾀와 꽤 id: moneyplan 2009-03-31 6120
135 [2007/09/06] 우리말) 지킴이와 지기의 반대말 id: moneyplan 2007-09-06 6121
134 [2006/11/16] 우리말) 난이도가 있다? 난이도가 높다? id: moneyplan 2006-11-16 6123
133 [2006/12/20] 우리말) 세모가 아니라 세밑! id: moneyplan 2006-12-20 6125
132 [2006/12/13] 우리말) 시간 참 잘가죠? id: moneyplan 2006-12-13 6132
131 [2006/09/15] 우리말) 게슴츠레 졸린 눈 id: moneyplan 2006-09-15 6150
130 [2007/01/12] 우리말) '들쳐메다'가 아니라 '둘러메다'입니다 id: moneyplan 2007-01-12 6151
129 [2006/09/12] 우리말)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id: moneyplan 2006-09-12 6152
128 [2007/11/06] 우리말) 할는지와 할런지 id: moneyplan 2007-11-07 6183
127 [2006/10/02] 우리말) 낯선 편지 id: moneyplan 2006-10-02 6184
126 [2013/09/30] 우리말) 굉장히 머니북 2013-09-30 6184
125 [2012/07/11] 우리말) 왔다리 갔다리 머니북 2012-07-11 6188
124 [2009/10/06] 우리말) 내숭 id: moneyplan 2009-10-06 6211
123 [2006/09/11] 우리말) 납골당 >> 봉안당 id: moneyplan 2006-09-11 6221
122 [2007/03/19] 우리말) 설거지와 설것이 id: moneyplan 2007-03-19 6243
121 [2007/01/30] 우리말) 발자국과 발자욱 id: moneyplan 2007-01-31 6264
120 [2012/10/09] 우리말) 오늘은 한글날 머니북 2012-10-09 6314
119 [2017/11/27] 우리말) 오늘까지만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머니북 2017-11-27 6350
118 [2008/03/11] 우리말) 초승달과 초생달 id: moneyplan 2008-03-11 6414
117 [2013/09/24] 우리말) 압화와 누름꽃 머니북 2013-09-25 6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