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4] 우리말) 개좋다?

조회 수 3239 추천 수 0 2016.11.15 10:33:58

'개'가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이름씨(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을 더할 수 있으므로
'개싫다'는 말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개좋다'는 말이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요즘 이상한 말을 자주 씁니다.

어제 저녁에 집에서 함께 놀던 애 친구를 딸내미와 같이 친구 집에 데려다줬습니다.
차를 운전하면서 뒤에서 둘이 떠드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가관이더군요.
집에서는 늘 존댓말을 하던 아이가, 어른들에게 반말을 하고(엄마 집에 왔어.)
"헐, 개좋아"라는 알아듣지도 못할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우리말에서 '개'는 앞가지(접두사)로 쓸 때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이라는 뜻으로 개금, 개꿀, 개떡, 개먹, 개살구, 개철쭉처럼 씁니다.
2. (일부 명사 앞에 붙어) '헛된', '쓸데없는'이라는 뜻으로 개꿈, 개나발, 개수작, 개죽음처럼 씁니다.
3.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으로 개망나니, 개잡놈처럼 씁니다.

'개좋다'는 아마도 '무척 좋다'는 뜻인 것 같은데,
'개'가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이름씨(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을 더할 수 있으므로
'개싫다'는 말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개좋다'는 말이 안 됩니다.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우리말을 망치고 있습니다.
이런 개수작때문에 아름다운 우리말이 개망나니나 쓰는 개떡같은 말이 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됩니다.
(억지로 풀이를 달다 보니 말이 좀 심했네요.)

중요한 것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겁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산토끼의 반대말]


안녕하세요.

오늘은 실없는 소리로 시작할게요.
산토끼의 반대말이 뭔지 아세요? ^^*
끼토산도 될 수 있고,
죽은 토끼,
바다 토끼,
알카리 토끼도 될 수 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죠. ^^*

저는 오늘부터 여름 휴가를 갑니다.
남들은 다 다녀온 휴가를 이제야 갑니다.

산토끼의 반대말이
끼토산이나 바다 토끼, 죽은 토끼, 알카리 토끼 등이 될 수 있듯이,
세상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생각이 다르듯 삶이 다른 사람도 많겠죠. ^^*

오늘은 나와 다른 사람,
틀린 게 아닌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며칠 동안 우리말 편지를 못 보내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723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2834
1156 [2012/07/18] 우리말) '다대기'와 '다지기' 머니북 2012-07-18 3735
1155 [2012/07/19] 우리말) '갓길' 댓글 머니북 2012-07-19 12895
1154 [2012/07/20] 우리말) 시계 돌아가는 소리 머니북 2012-07-20 3748
1153 [2012/07/23] 우리말) 벗어지다와 벗겨지다 머니북 2012-07-23 4381
1152 [2012/07/24] 우리말) 아웅다웅과 아옹다옹 머니북 2012-07-24 4066
1151 [2012/07/25] 우리말) 백미러 머니북 2012-07-25 4051
1150 [2012/07/26] 우리말) 바통/배턴/계주봉 머니북 2012-07-26 3702
1149 [2012/07/27] 우리말) 화이팅/파이팅 머니북 2012-07-27 3971
1148 [2012/07/30] 우리말) 여자 양궁 7연패 머니북 2012-07-30 8548
1147 [2012/08/01] 우리말) 뭔가 야로가 있는 거 같죠? 머니북 2012-08-01 12798
1146 [2012/08/02] 우리말) 올림픽 선수 이름 쓰기 머니북 2012-08-02 3349
1145 [2012/08/03] 우리말) 신기록 갱신과 경신 머니북 2012-08-03 3649
1144 [2012/08/06] 우리말) 넓다랗다와 널따랗다 머니북 2012-08-06 7734
1143 [2012/08/07] 우리말) 저제 머니북 2012-08-07 3863
1142 [2012/08/08] 우리말) 석패 머니북 2012-08-08 18144
1141 [2012/08/09] 우리말) 석패/완패/숙적 머니북 2012-08-09 3461
1140 [2012/08/10] 우리말) 도합과 모두 머니북 2012-08-10 15280
1139 [2012/08/13] 우리말) 휴대전화를 잃어버렸습니다 머니북 2012-08-13 4137
1138 [2012/08/14] 우리말) 얼리어답터 머니북 2012-08-14 8730
1137 [2012/08/16] 우리말) 올림픽 때 보낸 편지 머니북 2012-08-18 3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