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1] 우리말) 붴

조회 수 5420 추천 수 0 2016.12.05 10:09:54

'오빠'를 '읍ㅎ°F'라고 쓰는 외계어를 반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침저녁에는 춥고, 낮에는 좀 덥고...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붴'이라는 낱말을 아시나요?
며칠 전에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가 어디에 글을 쓰면서 '붴'이라 쓰기에 그렇게 우리말을 비틀어 쓰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붴'이 당당히 사전에 올라있는 표준말이라고 하더군요.
설마 그럴 리가 있냐고... 사전을 찾아보니... 진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네요. '부엌의 준말'이라는 풀이와 함께...

한글은 자음 14개와 과 모음 10개를 갖고 11,172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글자도 많고, 소리도 그만큼 여러 가지로 낼 수 있는 멋지고 훌륭한 문자입니다.
푱, 뽣, 꽣, 뜡, 꿬 같은 글자도 만들 수 있습니다.
흔히들 한글 파괴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한글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일정한 규칙이나 형식 없이 한글과 이상한 문자를 섞어 쓰는 말은 싫습니다.
시쳇말로 외계어라고 하는 것이죠.
'오빠'를 '읍ㅎ°F'라고 쓴다거나,
'말하지 않아도'를 '말おŀズı 않Øŀ도'로 쓴다거나,
'나름대로'를 '날흠뒈뤀'로 쓰는 것은 반대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70년 전에,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자를 만들어주신
세종대왕께서 외계어를 보시면 뭐라고 하실지...

오늘도 자주 웃으시면서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10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엉터리 자막 몇 개]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에 텔레비전에서 본 잘못된 말 몇 가지 짚어 보겠습니다.

토요일 아침 08:38, KBS1에서 사회자가 "그닥 도움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요즘 누리집에서 "그러한 정도로는 또는 그렇게까지는"이란 뜻을 나타내는 부사 '그다지'를 '그닥'으로 쓰는 일이 잦더군요.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표준어인 '그다지'로 써야 합니다. 

토요일 저녁 7:41, KBS2에서 "나름 잘나가는 가수"라고 했습니다.
'나름'은 의존 명사입니다.
의존 명사는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나름이다, 나름대로, 나름이지, 나름으로처럼 쓰는 게 좋다고 봅니다.

같은 방송에서 누군가 '어메니티'라고 이야기하니까
자막에 '즐길거리'라고 다듬어서 나왔습니다. 참 좋습니다. ^^*

일요일 아침 7:40, KBS2에서 산악인 엄홍길 씨 이야기를 다루면서 '고난이도 동작'이라고 자막이 나왔습니다.
난이도는 쉽고 어려운 정도인 난도와 이도를 합친 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어떤 기술이 해내기 매우 어려운 상태임을 뜻할 때 '고난도의 기술' 또는 '난도 높은 기술'은 맞지만 '고난이도'로 쓰는 건 틀립니다.
그러나
'고난도의 기술'이나 '난도 높은 기술'이라는 말보다는
'어려운 기술', '까다로운 기술', '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요일 아침 8:46, MBC에서 출연자가 "집하고 배는 틀리다."라고 말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집과 바다에 있는 배는 서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오늘도 여전히 더울 거라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있고, 좀 덜 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건 누군가 틀린 게 아니라 각자 다른 겁니다.
오늘은 나와 다른 남을 더 생각하는 하루로 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어메니티는 여러가지 뜻을 포함한 낱말로 단순히 즐길거리라고만 번역할 수는 없지만,
방송에서는 즐길거리 위주로 나와서 그렇게 번역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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