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2] 우리말) 오지/깊은 산골

조회 수 6137 추천 수 0 2017.02.03 08:51:58

일본말에서 왔건, 조상님들이 쓰시던 말이건,
'오지'보다는 '깊은 산골'이나 '두메산골' 같은 말이 더 좋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무척 춥네요. 내일부터는 좀 풀릴거라고 합니다. 

어제 보내드린 편지에 있는 예전에 보낸 편지를 보니고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분의 허락을 받아 같이 읽고자 합니다.


오늘 붙여 주신 글 '오지'에 대해 용례를 찾아 제 의견을 드립니다.
혹여나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
*원문
깊은 산속을 흔히 '오지'라고 합니다.
이 오지는 일본말입니다.
奧地(おうち/おくち)라 쓰고 [오우찌/오꾸찌]라고 읽습니다.
우리말로는 두메산골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도 '오지'라는 낱말을 많이 쓰는데,
우리 국어사전에도 오르지 않는 순수(?) 일본말입니다.
....................................................................................


*고문의 사례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은 신라 말에 활동한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의 시문집(詩文集)이다. 
모두 20권으로 구성되었으며 50수의 시와 320편의 문이 수록되어 있다. 계원필경집 제4권 중,

<삼가 살피건대, 신의 본부(本府)는 회해(淮海)의 오지(奧地)로서 주현(州縣)에 일이 많은 만큼...>
......................................................................
고려 말엽의 학자관인(學者官人)으로 유명한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문집
가정집 제6권 ‘금강산(金剛山)의 장안사(長安寺)를 중건한 비문’ 중,

<신선과 부처의 은밀한 오지(奧地)로서 / 仙佛奧秘>
.............................................................................
조선 중기의 문신인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의 시문집 《고산유고(孤山遺稿) 제5권 하》 중,

<한번 북쪽 창문을 열면 가산(家山 고향)이 눈 안에 들어오고, 인친(姻親)들의 밥 짓는 연기가 분명히 바라다보이니, 
비록 궁벽한 오지(奧地)에서 가사(家事)를 단절하고 자취를 감춘다 하더라도... >
..................................................................................
위 문장의 사례에서 보시 듯, '오지'는 결코 일본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 했으니, 큰 배움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한ㅁㅅ 삼가.



좋은 글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오지'를 찾아보면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땅. '두메'로 순화."라고 나옵니다.

일본말에서 왔건, 조상님들이 쓰시던 말이건,
'오지'보다는 '깊은 산골'이나 '두메산골' 같은 말이 더 좋다고 봅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세단기와 세절기]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일터에 나와 그동안 밀린 일을 좀 했습니다.
감사와 관련된 서류가 많아 일일이 문서파쇄기에 넣어서 폐기했습니다.

여러분은 없앨 문서를 못 쓰게 자르는 기계를 뭐라고 하세요?

분쇄기나 파쇄기는 보통 고체를 깨뜨려 부스러뜨리는 기계이므로 종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절단기는 물건을 자르는 기계이므로 없앨 문서를 못 쓰게 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재단기라고도 쓰는데,
재단은 옷감 따위를 본에 맞추어 마르는 것을 뜻하므로 못쓰게 하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세단기라고도 자주 쓰는데,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절쇄기, 세절기도 좀 이상합니다.
영어로는 Shredder인데, 이를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제 어떤 장치 덕에 종이가 잘게 잘라졌다고 보고,
그렇게 된 종이를 갈갈이 찢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갈가리 찢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거나 찢어진 모양"을 뜻하는 '가리가리'의 준말은 '갈가리'입니다.
그는 편지를 다 읽고 나서 갈가리 찢어 휴지통에 넣었다, 옷은 개의 발톱으로 갈가리 찢겨 있었고…처럼 씁니다.

참고로,
갈갈이는 가을갈이의 준말입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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