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분수와 푼수] 안녕하세요.
어제 오후 MBC텔레비전에서 100Kg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무게 단위인 킬로그램은 kg로 씁니다. 거리 단위 미터도 소문자 m입니다.
언젠가 주책이 주착에서 왔고, 주착의 뜻은 "일정한 생각이나 줏대"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본디는 '주책이 없다'고 쓰다가 '주책없다'가 되었고, 지금은 그냥 '주책'이라고만 써서 '주책'이 "줏대가 없다"는 뜻으로 씁니다.
한자말이 바뀌어 우리말에 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네요. 푼수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본디는 분수(分數)로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라는 뜻이었지만 소리내기 쉽게 '푼수'로 바뀌었고, 이 또한 '푼수 없다'가 '푼수없다'로 되었고, 지금은 그냥 '푼수'라고만 써서 '푼수'가 "푼수가 없다"는 뜻으로 씁니다. (아직 사전에 '푼수없다'는 한 낱말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세상은 돌고 돌아 주착이 주책이 되고, 줏대 있다는 낱말에 줏대 없다는 뜻이 들어가고, 분수가 푼수가 되며, 지혜가 있다는 낱말에 지혜가 없다는 뜻이 들어갔습니다. 전혀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되고, 또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나 봅니다.
삽으로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흐르는 물에 삽을 넣어보고 싶은 하루입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