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0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소개]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리네요.
지난 주말에 있었던 축구 잘 보셨죠? 정말 잘하더군요. 이번 주 목요일에도 경기가 있는데 이번에도 잘해서 꼭 이기길 빕니다.
먼저, 오늘 아침 KBS 뉴스(7:08)부터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의 강한 체력 훈련을 소개하면서 그런 훈련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정말로 그런다면 큰 걱정입니다. 피로를 회복하게 되면 피곤해진다는 말인데, 피곤한 몸으로 어찌 또 뛸지 걱정입니다. 피로는 해소하고(없애고), 원기를 회복해야 다음 경기에 이길 것 같은데... 피로해소, 원기회복...
오늘 아침 MBC뉴스 좀 꼬집겠습니다. 여러분, 이 한자 좀 읽어보십시오. 疏開... 이 한자를 보고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저는 紹介라는 한자는 읽을 줄 압니다. '소개'라고 읽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양편이 알고 지내도록 관계를 맺어 준다는 뜻입니다.
疏開는 소개로 공습이나 화재 따위에 대비하여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주민이나 시설물을 분산함이라는 뜻입니다. 군사용어로 보면, 주로 적의 포격으로부터의 피해를 줄이고자, 전투 대형의 거리나 간격을 넓히는 일을 뜻합니다. 과연 이 낱말을 우리 국민 몇 명이나 알까요?
오늘 아침 MBC뉴스에서 키르기스탄인가 어디 이야기를 하면서 '주민 소개령'을 내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화면 밑으로 흐르는 자막에는 '우리 교민 소개'라고 나왔습니다. 과연 이 말을 이해할 사람이 몇 분이나 될지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도 외교부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그대로 쓰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제 일터에서 저는 이런 말을 가끔 했습니다. "수도는 시비관리가 중요합니다." "다비하면 도복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수도... 농촌진흥청에서 상수도를 다루나 하수도를 다루나? 시비관리? 그건 경찰서에서 해야 하는 일 아닌가? 다비... 비가 많이 내린다는 뜻이겠지? 도복... 태권도복? 다비하면 도복... 비가 많이 내리면 도복이 젖는다는 뜻인가? 근데 그걸 왜 농촌진흥청에서 이야기하지?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에서 이런 보도자료가 나오면 아래처럼 고쳐주십시오. 수도는 시비관리가 중요합니다. >> 벼농사에서는 비료 주는 게 중요합니다. 다비하면 도복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잘 쓰러지니 조심해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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