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지난 2011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이신 정재환 님이 '한글 아리아리'라는 한글문화연대 소식지에 쓴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우리말편지를 갈음합니다. 한글문화연대는 다양한 분야에서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가꾸어,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잃어가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더 나아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한글문화를 일구기 위해 힘쓰는 단체입니다. 저는 달마다 5천원의 회비를 내면서 작은 저의 정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http"//www.urimal.org에 가보시면 많은 소식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님
정재환 / 방송인,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언젠가부터 '씨' 대신 님'을 많이 쓴다. 홍길동 님, 영희 님, 철수 님! 글을 쓸 때뿐만이 아니고 직접 상대를 부를 때도 쓴다.
"홍길동 님, 저 좀 도와 주세요."
처음에는 좀 이상했다. '씨'라는 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부쩍 님을 쓰는 걸까? '아무개 씨'라고 불리면 자신을 하대하는 것으로 여겨져 기분이 나쁘다는 아무개 씨의 말도 듣긴 했지만, '씨'라는 말이 남을 부를 때 쓰는 존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전히 기분 문제가 아니었을까? 물론 '김 씨, 이 씨' 하는 호칭에 다소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부르는 사람과 불리는 사람의 위계 때문이지 '씨'라는 낱말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난 줄곧 왜 님이 유행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물론 '님'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님을 쓴다. 다만, 그랬다는 거다. 그런데 오늘 '외솔 최현배 학문과 사상'이라는 책을 읽다가 '님'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김 형, 이 공, 최 씨 들의 말씨를 김 님, 이 님, 최 님 들로 고쳐쓰기로 했다." (김석득, 2000, 28쪽.)
최현배 선생이 1925년경 교토대학에 유학하던 때의 이야기다. 우리 겨레에 대한 장래를 사랑하는 길은 입으로나 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몸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호칭부터 우리말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거다. '님'은 형(兄)과 공(公)과 씨(氏)를 물리치는 말이었던 것이다.
요즘 세대가 이런 옛날 얘기를 알고 '님'을 널리 쓰게 된 건지 어떤 건지는 잘 모른다. 어쩌면 이런 얘기를 부끄럽게도 나만 몰랐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부끄럽다. 부끄러우니 부끄러운 만큼 '님'을 더 많이 써 보자.
고맙습니다. |